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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

23.8.6. 요늘

by LINK7 2023. 8. 6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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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생 최악의 날 중 하나로 기억될 만하다.
현재 위치 경기도 남양주시 일영에 위치한 일영랜드 야외수영장 내 천막 쉼터, 체감온도 42도에 습도 63%인 그야말로 고문의 날씨 속에서 다섯 시간이 지났다. 앞으로 두어 시간은 더 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.

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면, 성당 첫 영성체 반 아이들과 그의 부모님들이 한데 모여 피서를 즐기기 위해서다. 아이들과 부모들을 합쳐 대략 30명. 아이들을 제외하면 부모들만 15명 정도.

이번에도 나는 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다. 고기도 구워 먹고 맥주 한 잔 하면서 서로 초면인 사람들도 왁자지껄 하하 호호 이야기하며 즐겁게 지내는 분위기 속에서 난 혼자가 됐다. 누가 날 혼자로 만든 게 절대 아니다. 내가 날 혼자로 만들었다.

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물놀이, 부모들은 짐을 풀고 먹거리를 준비하면서도 웃으며 인사를 하고 소개를 나누며 순식간에 주님 아래서 형제자매가 되었다.

그렇게 두 시간 뒤, 화장실을 핑계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탈의실 넘어 멀찍이 설치된 천막 아래 의자에 앉아 있다. 그리고 다시 두 시간이 흘렀다. 온몸은 땀으로 촉촉하고 다시 지나야 할 두, 세 시간을 혼자서 견디고 있다.

난 특정인 기피증?이다. 불특정 다수와 어울리기 힘든 대인기피증이 아니다. 어떤 무리에 내가 싫어할 만한 종류의 사람이 있으면 그 특정 사람을 기피하게 되고 그 특정인이 무리에서 자유롭게 활개를 치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그 무리에서 벗어나려 한다. 하나로 인해 전체를 포기한다.

먼저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견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럽고 갑자기 상황을 변경한 아내가 밉다. 다른 사람들처럼 행동하지 못하는 내가 싫다.

점점 더 나는 내가 싫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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